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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GDC 2018 참관기 및 짧은 미국 여행기 - 1

SavvyTuna 2022. 11. 24. 20:08

지난 2018년 3월 20일 ~ 23일동안 미국에서 열리는 GDC에 참관하러 다녀왔었다. 그 때 당시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녀왔던지라 전체 여행 경비와 GDC 티켓 값을 회사에서 커버 해주었다. 그 대신 참관기를 ppt 형태로 만들어서 공유 해야 했었는데, 이번에는 비슷한 내용 + 여행기를 글의 형태로 정리해서 올리고자 한다.

 

이걸 왜 2022년 막바지에 올리냐면... 그냥... 사진 정리하다가 생각나서.

 

1. GDC는 무엇인가

Game Developers Conference,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게임 개발자들이 일년에 한번씩 모여서 각자 배운점, 삽질한 기록 등을  공유/자랑하는 장소다. 한국 버전으론 넥슨에서 진행하는 NDC가 가장 비슷하다. 엔씨에서도 내부적으로 컨퍼런스를 하지만 아직 외부로 공개된적은 없다.

 

NDC에 가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추첨으로 뽑혔나 그럴꺼다. (넥슨 계열사는 사원증 dogtag만 보여주면 입장 가능하다) NDC 다시보기는 replay 웹사이트에서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지만 GDC는 공짜가 아니다. 현장 참관 티켓 값도 $999로 비싼 편이고, 온라인 다시보기 vault 값도 매우 비싸다. 맛 보기로 몇 가지 세션들은 공식 유튜브에 공짜로 올려주긴 하는데, 무슨 기준인지는 모르겠다. 암튼 티켓값 + 비행기 표 + 비자 발급 비용 + 연차를 포함하면 필연적으로 진짜 비싼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따라서, 만일 본인의 회사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어떻게든 발 끼워 넣어서 갔다 오는것을 추천한다. Vault 구독권을 제공해 준다면 제공 해줄 때 잘 보고.

 

2. 참관 프로그램 준비

언급했듯, 꽤나 비싼 비용처리를 해주면서 보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아무나 막 보내주려고 하진 않았다. 최소한 프로그램 지원자가 '영어로 된 강의 세션을 알아 먹을 수 있는 사람'인지 기초적인 확인을 요구했는데, 이는 아래와 같았다.

 

1. 토익, 토플 등의 공인 영어성적 일정 점수 이상

토익 기준으로 900점 이상이었던걸로 기억한다.

 

2. 직전년도(2017년) 세션 중, 맘에 드는걸 2개를 골라서 경영진 대상 발표

나는 아래 두 개의 강의를 듣고 ppt를 만들어 발표했다.

 

Networking Scripted Weapons and Abilities in Overwatch

https://www.youtube.com/watch?v=5jP0z7Atww4

 

Beyond Framerate: Taming Your Timeslice Through Asynchrony

https://www.youtube.com/watch?v=RDCCyrC1sto

 

그냥 gdc 가려고 본건 아니고 관심 있는 내용이라 보면서 ppt를 만들었는데, 꽤나 재밌는 내용이었다.

이후 아래와 같은 메일을 받으며 참관단에 선발 되었다는 공지를 받았다.

 

자막없이 (또는 영어자막으로) 미국 tv show를 많이 보도록 가스라이팅 한 주변인들에게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3. 서류 작업

미국여행을 가기 위해선 ESTA라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등록을 해야 한다. 미국 정부 공식 사이트에서 $14를 내면 바로 신청 가능하다. 이상한 대리업체 끼워서 하지 마시길. 처리 속도는 1-2 업무일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ESTA가 한번 승인되면, 2년간 유효하니 매번 미국 갈 때 마다 신청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떄 ESTA 받아놓은걸로 나중에 미국 여행갈 때 한번 더 써먹었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은 신경 안써도 되겠지만, 나는 이 때 당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중이었기 때문에 매번 해외로 나갈 때 마다 '국외여행허가'를 병무청에 신청 해야했다. 병특 관련된 paper work이 다 그렇지만 올해 다르고 내년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 디테일은 말해봤자 벌써 outdate 되었겠지. 패스.

 

4. 미국 도착 (2018-03-20)

한달 전 첫 여행으로 일본을 오갈 때의 비행시간과는 차원이 다른 긴 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냈다.

 

인생 두번째 해외 출국, 처음으로 10시간 넘게 날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나를 포함해서 총 3명이 출국했는데, 나 혼자 좌석이 떨어져 있었다. 내 자리는 3-3-3 레이아웃중 가장 오른쪽 3의 왼쪽 끝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바로 앞 자리는 앞에 비상구가 있는 좌석이었는데, 그 자리 승객이 물건을 발 앞에 두지 못해 안타까워 했었었다. 내 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내 자리의 편의성을 확인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창문을 바로 볼 수 없다는 점은 안타까웠지만, 복도쪽에 붙어있어 화장실을 갔다 올 때 눈치주지 않고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비행 내내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자느라 화장실을 가진 않았다.

 

입국심사는 생각보다 별로 특별한 것은 없었다. 혹시 몰라 비행기 표 Itinerary와 ESTA 관련 문서를 쫙 뽑아갔었는데, 입국심사대의 떡대 좋은 동양인 아저씨는 그냥 여권과 입국신청서만 골라내고 나머지 서류는 귀찮은듯 나에게 돌려줬다. 심사를 진행하며 했던 질문은 딱 두가지였다

 

1. (영어로) "미국에 왜 왔음?"

(여행하러 왔다고 대답함)

 

2. "며칠동안 있음? "

3일.

 

그 아저저씨는 내 눈을 쓱 흘겨보더니, 한국어로 "환영합니다" 하며 내 국방색 여권을 돌려줬다. 나는 그제서야 그 아저씨 가슴에 달린 명찰표를 확인했는데, 성씨가 Jung씨였다.

 

SFO 공항에서 내려서 처음으로 미국땅을 바라본 시점

 

스타벅스에서 라떼 하나 주문해서 들고 나오면서, 샌프란 공항 바깥공기를 마시며 주변을 돌아 보았다. 앞에 보이는 회색빛 건물과, 한글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는 주변 환경을 보면서 동시에,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이상한 골판지 냄새를 맡으며 느낀, 미국 aesthetic에 대한 첫 인상은 정확히 다음과 같았다.

와... 씨... 이거 완전 GTA랑 똑같이 생겼는데?

 

이후 짧게 며칠간 미국에 있으며 위와 같은 미국에 대한 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월그린에서 권총을 open carry 하고 다니던 키 크고/문신 많은 젊은이도 보고, 길거리에서 쓰레기통 뒤지며 소리지르던 homeless도 보고, 또 월그린에서 위풍당당하게 들어와서 유기농 토마토 주스를 썌벼가는 Shoplifter를 보았기 때문.

 

우버 타고 Market st. 까지 속행. 여기서 뜬금 없이 '보조 배터리가 영어로 뭘까?'를 궁금해 했다.

 

우버를 불러서 Market street 주변에 있는 호텔로 이동했다. 직장 동료 두 분은 나와는 다른 호텔로 배정되었고, 나만 따로 찢어져 위의 호텔에서 지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니고, 바로 그 다음날 부터 나 혼자서 잘 돌아다니게 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이 때는 다른 동료들과 동떨어져 혼자 걸어가면서 연고지도 없는 세상에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버에서 내리며 "저쪽에 보이는 빌딩으로 가셔서 체크인 하시면 돼요." 라는 (실은 별거 아닌) 말을 들었을 때 (과하게) 받았던 당혹감은, 이후에 운전 면허를 취득할 때 강사님이 "이렇게 클러치를 살살 떼면 시동이 안 꺼지고 앞으로 나가는거야. 알았어? 자 이제 자리 바꿔서 운전석에 타." 라고 말했을 때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평가 할 수 있겠다.

 

'네..? 아니 벌써? 나 이렇게 태평양 건너 모르는 동네에서 혼자 돌아 다녀도 되나?' 라는 생각을 한 1분 정도 하면서 걷다보니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 할 때 deposit을 건다는 것을 몰라서 살짝 당황했지만, 법인 카드를 잘 찾아서 체크인을 완료하고 살짝 낡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방에 도착했다.

 

원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써야 했으나, 어쩌다 보니 혼자 쓰게 된 호텔방
호텔 방에서 바라본 전경. 다시 봐도 역시 GTA 같다.

호텔 방은 매우 넓고 비싼, 좋은 방이었다. 원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사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주주총회였는지 아무튼 모종의 이유로 룸메이트들이 오지 못 해 거의 나만 혼자 사용하게 되었다. '서양식' 호텔을 경험 해 본것은 이 떄가 처음이었는데, 카펫으로 마감되어있는 바닥 재질도 신기했고, 샤워기 수도꼭지 돌리는 방식도 신기했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차이점은 천장등이 하나도 없고 저렇게 바닥에 있는 floor lamp만 있었던 것. 나중에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관찰해본 결과 대부분 천장등이 거의 없었고, 한국에 돌아와서 천장등을 사용했을 때 조명의 색온도가 너무 낮아 눈이 피로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현재는 집에서도 무조건 전구색 & 주백색 floor lamp만 사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구색, 주백색, 주광색. 집에서는 왼쪽 계열, 사무실에서는 오른쪽 계열을 사용하자.

나중에 미국 tv show 볼 때 어떤 색 온도로 조명 치는지 한번 확인해보시길.

 

또 먹고 싶은 크랩 케이크
얘는 ... 뭔지 모르겠다.

 

 

짐을 내려놓고 Tadich Grill이란 곳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크랩 케이크라는걸 처음 먹어봤는데, 게살을 다져서 튀긴 음식인듯. 그냥 맛있게 먹었던 기억과 함께, 우리가 한국어로 떠들고 있으니 서버가 와서 '뭐 더 필요한게 없는지' 물어보려다가 그냥 지나쳐 가던게 생각난다. 아마 뭔 말 하는지 모르겠고 갑자기 인터럽트 걸면 방해하는 것 같으니 눈치보고 지나간듯. 어색한 인카운터 횟수가 줄어서 좋았다.

 

쇠 마찰 냄새가 인상 깊었던 케이블 카
아르데코 스타일 느낌나서 찍었는데 지금 보니 별로 아닌듯
길 건너편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타코벨 간판이 보여서 찍음. 본토의 타코벨은 어떤 맛일지 먹어보고 싶었지만, 그 꿈은 약 2년 뒤에 이룰 수 있었다.

 

 

이후 적당히 주변을 돌아다니며 GTA 와 비슷한 땅이라는 인상을 계속 받다가, 호텔 방으로 돌아가서 대충 쉬고 잤다.

 

원래는 세션 듣는 요령등을 같이 올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여행기가 길어져서 맨 마지막에 끼워서 올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