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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an Industrial Personnel

잡글

밀스 3.0 체험팩 후기

SavvyTuna 2017. 8. 9. 08:51

tl;dr

지난 5 영업일에 걸쳐 밀스 3.0 체험팩을 다 먹어봤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괜찮다. 제일 염려했던 포만감도 충분했고 지속시간도 짧지 않았다. 두 번째로 중요시 했던 맛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 적어도 나에겐 다섯가지 맛 전부 먹을만 했다. 그리고 가장 괜찮았던 두 가지 맛으로 재 구매했다.

점심식사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항상 점심식사에 쓰는 돈이 아까웠다. 직장인들이 밥먹는곳이 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통근하고 있는 판교도 밥값이 싼 편은 아니다. 물론 내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비용의 기준선이 다른 사람에 비해 꽤나 낮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만. 아무튼 그래도 아깝긴 아까우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최근까지는 될 수 있으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옵션으로, 회사 건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을 애용하고 있었다. (5,000원) 다른 무슨 대기업 사내 식당같은 경우가 아닌 이상, 판교에서 이 정도 가격으로 매일 매일 메뉴가 바뀌는 식사를 한다는 것은 도시락을 사먹지 않는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꽤나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하고 잘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해오면서 몇 가지 아쉬운점이 생기곤 했다.

첫 번째로, 종종 내 소화기관에 디버프를 주는 메뉴가 나온다는점. 나는 소화기관이 약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로 매콤하고 얼큰한 탕이나 찌개류가 나오면 하루종일 속이 좋지 않고 화장실도 자주가게 된다. 이게 은근히 사람 거슬리게 하면서 삶의 질을 낮춘다.

두 번째로, 나는 밥먹을때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먹는 안 좋은 습관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최대한 잔반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가져온 음식물들은 거의 전부 먹어치우는 습관이 있는데, 이것 자체로는 문제될게 없다. 자취할 때 음식물 쓰레기 봉투도 살 필요도 없었고. 문제는 양 조절에 실패한다는점. 항상 적당히 담는법이 없다. 게다가 점심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박혀있는지 천천히 먹는게 잘 안된다. 빨리 대충 씹어서 먹다보니 위와 장을 비롯한 전체적 소화 파이프라인에 피로가 누적되어서 그런지 주기적으로 속병을 앓곤 했다.

그러던와중 모종의 이유로 지금까지 잊고 살던 밀스의 존재를 최근에 다시 깨닫게 되었고, 입맛만 맞는다면 현재 점심식사의 대체재로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체험팩을 구매했다.

외향

박스는 이렇게 생겼다.

 3.0으로 판올림 하면서 각종 변종이 생겼고, 이것들을 한번씩 다 먹어볼 수 있는 체험팩을 판매하고 있다.

다 먹음. 씻어서 올려놓은거다.

  1. 일차 소이:
    우선 맛 자체는 그냥 진하지 않은 미숫가루 맛이었다. 시중에서 파는 단맛 강화 버전 말고 진짜 그냥 집에서 곡식 갈아서 만든 수제 미숫가루.
    질감은 미숫가루와는 다르다. 미숫가루처럼 점성 높은 음료수 같은 느낌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텁텁한 느낌이라 해야하나. 비교적 많은 양의 가루들과 그 사이에 섞여있는 적당한 크기의 땅콩조각들이 적당히 뭉쳐서... 모르겠다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중학교때 MRE(미군식량)에 부식으로 나오던 딸기 셰이크를 물에 타먹어봤었는데, 물을 넣으라는 정량대로 넣었는데도 가루들이 1/3은 녹지 않아서 매우 텁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느낌. (이라고 해봤자 제 3자는 모르겠지. 상관없다.)
  2. 일차 그레인:
    소이보다 뭔가 씹히는게 더 많았다. 마치 시리얼을 첨가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3. 일차 핑크:
    내가 밀스 체험팩 샀다고 하니 '빨리 박스 열어서 핑크부터 버려'라고 할 정도로 주변에서 하도 맛 없다고 평을 해서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먹어봤는데, 나는 딱히 맛 없진 않았다. 그냥 소이맛에 우유를 탈 때, 0.15 * 딸기우유 + 0.85 * 그냥우유로 탄 느낌.
  4. 일차 그린:
    소이맛에 우유를 탈 때, 0.3 * 녹즙 + 0.7 그냥우유.
  5. 일차 코코넛
    코코넛 향과 맛이 조금 느껴지고 끝. 나쁘지 않음.

나는 개인적으로 그레인과 코코넛이 제일 괜찮았다. 재 구매도 이 두 맛으로 했고.

평가

밀스 자체만의 평가뿐만이 아니라, 밀스로 점심식사를 하는 행동에 대한 평가.

  1. 식사비를 아낄 수 있다
    기존 한 끼 식사비 5,000원에서 대충 어림잡아서 2,500원선, 식사비를 거의 반값으로 줄일 수 있다. 회사에 원래 시리얼&우유가 있기 때문에 우유값도 아낄 수 있는건 덤. 남는 돈을 어디에 쓸지 생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2. 양, 포만감이 괜찮다
    가장 중요한 밀스의 효용성은 포만감이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지속되는지 라고 생각한다. 일단 양은 적지도 많지도 않은편이다. 포만감은 개인차가 굉장히 크겠지만, 나는 점심시간 시작할 때 (12:30 ~) 먹으면 저녁까지는 딱히 배고프다고 느끼지 않았다. 회사에 무지막지하게 저렴한 자판기가 최근에 생겼는데, 거기서 뭔가 따로 사먹고 싶어지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참고로 나는 아침에 과일 하나 씻어 먹고, 점심에 밀스를 먹고, 저녁에는 집에서 밥을 해먹는다)
  3.  배가 아프지 않다
    일단 다섯개만 먹어본 결과로는 그렇다. 맨 처음 먹을땐 우유 때문에 그런지 뱃속에서 폭풍이 몰아쳤지만, 5영업일째인 오늘은 문제 없었다. 화장실 가는 빈도도 크게 줄어들었고.
  4. (그들의 말로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고 한다)
    이건 뭐 그냥 믿고 먹는 수 밖에. 내용물을 보면 뭔가 좀 다른 종류의 입자들이 있긴 한듯 싶다.
  5.  어딜 가서 먹는게 아니기 때문에 꼭 점심시간에 안 먹고 원하는 시간에 먹어도 된다
    원하는 시간에 그냥 우유만 타서 혼자 자리에서 조용히 먹으면 된다. 오늘따라 배고프다 싶으면 일찍 먹어도 되고, 별로 배고프지 않다면 그냥 이따가 먹어도 되고. 오늘 점심시간에 오버워치 풀타임을 때리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되고, 헬스장에 다녀와도 된다. 점심식사를 간편하게 솔플로 진행할 수 있으니.

점심시간에 다른 회사분들이 도시락을 사와서 먹거나 닭가슴살을 데워서 먹곤 하는데, 그 맛있는 냄새를 맡으며 밀스를 애들 분유마냥 섞고 있자면 사실 약간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그냥 별 생각없이 먹다보면 포만감이 점점 채워짐과 동시에 그런 생각도 점점 사라지게 되더라.

아무튼 더 먹어봤을 때 무슨 문제가 생긴다거나, 맛이 질린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계속 밀스를 점심식사로 먹을 생각이다. 인테이크가 망하지만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