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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an Industrial Personnel

잡글

이번달의 지름 bose ie-2 (리뷰 아님)

SavvyTuna 2013. 11. 9. 02:01


사실 이번달에 지른게 아니라 지난달에 지른거지만



나는 어릴때 부터 큰 돈을 써 본적이 많이 없었다. 고등학교때도 그냥 한 달에 5만원 가지고 적당히 놀았고, 대학교 와서도 고등학교때 보다는 소비가 어쩔수 없이 늘긴 늘었지만 최대한 안 하려고 하면서 살았다. 안 그래도 돈 많이 들어갈텐데 부모님한테 돈 달라기도 좀 뭣하고, 돈 달라고 하는게 귀찮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전자기기라던가 옷 같은, 한 번에 몇 만원 이상 나가는 물품은 잘 안 사려고 하는 버릇이 있다. 사는 순간에도 '이게 진짜 나한테 필요한가?'라고 되묻게 된다. 방어적으로 소비한다고 할 수 있겠구나.



뭐, 소비 억제에는 나름 좋다고는 할 수 있겠다. 근데 그 반면에, 수중에 돈이 있으면 먹는거 따위의 자잘한 것에 생각없이 쓰는 편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월급이나 다른 돈 들어올 일이 생기면 그 중에 몇 퍼센트는 떼내어 따로 모아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사버리는걸로 자잘하게 나가는 돈을 그냥 먼저 써버린다. 그리고는 그 물건을 생각하면서 다른 돈을 잘 안쓰게 되더라.



보통은 종종 책을 샀다. sf 단편 소설 모음집이라던가, 아니면 개발관련책 정도. ( 왠만한 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 이것도 방어적 소비의 일종인듯 ) 근데 이번에는 좀 다른걸 사보기로 했다. 마침 여지껏 쓰던 만원짜리 이어폰이 단선이 되어서 이어폰이 필요했는데. 요즘 두달에 세개나 끊어먹을 정도로 단선 빈도가 너무 높아진거 같아서 '차라리 비싼 이어폰을 사서 아끼면서 오래 써보자' 하는 생각으로 여러 이어폰들을 물색해 봤다. 가성비로 명성이 높은 쿼드비트2 랑 고등학교때 부터 주변 애들이 종종 쓰던 bose ie-2 가 후보로 좁혀졌다.



그러고 어느날 친구가 이수역 주변 U+square(맞는지는 모르겠다) 에서 쿼드비트2를 판다는 말을 해줬다. 그 날 바로 이수역에 가서 모든 유플러스 대리점이나 뭐 이상한 매장까지 다 뒤져봤는데 안 팔더라. 원래 이 정도 발품은 많이 팔아봤으나, 왠지 그 날이 더웠는지 어쨌는지 갑자기 화가 막 나면서 '그냥 bose꺼 사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그 날은 그냥 집에 왔다.



그 다음날 수업 끝나자마자 예전에 삼성 코엑스 몰에서 봐놨던 이어폰 매장으로 갔다. 그 날은 마침 교통카드를 깜빡하고 놓고 나와서 현금으로 일회용 카드를 사고 지하철을 탔어야 했다. 여튼 학교에서 삼성역으로 가서 코엑스 몰로 내려 가는데, 이럴수가. 한 달 전 부터 리모델링 한다고 상가를 싹 밀어버린 것 이었다. 이어폰 매장도 사라져 있었고. 허탈감에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내 인생의 덧없음을 탓하다가 친구한테 bose 이어폰 매장 어디 아는데 있냐고 물어봤다. 잠실에 있는 롯데 백화점에 있다고 한다.



'일회용 카드를 도대체 몇 번이나 사는건지 이런 젠장' 이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초록색 2호선을 타고 잠실역으로 갔다. 잠실역은 롯데 백화점이랑 지하가 이어져 있더라. 하여튼 백화점 한 층씩 올라가면서 찾아보니 저기 구석 파티션에 시커먼 색으로 bose 매장이 보였다. 가서 한번 청음 해 보고, 그냥 바로 질러버렸다. 어차피 주변에서 하도 많이 써서 어떤건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귀찮게 더 이상 재보기도 싫고 하니까.



사용한지 한 달된 bose ie 2. 아직까지 다행히 단선은 없다.


그냥 쭉 써보니까 무슨 일기를 써놓은것 같은데(...) 사용기를 간단히 적자면,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뭐 내가 산거니까 내가 만족하면 된거지. 원래부터 저음강조된게 좋았고, 특유의 이어캡도 느낌이 좋다. 귀가 작아서 small 사이즈 쓰는데 괜찮다. 원래 커널형만 써오다가 오랜만에 오픈형을 써보는데 주변 소리가 더 잘 들리긴 하는데 별로 그것 때문에 신경 쓰이는것 까지는 없다. 크게 흔들리는걸 막아주면서 이어폰 선이 흔들리는 소리가 생기는걸 막아주는 저 클립도 항상 잘 쓰고 있고. 그리고 이제는 이어폰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항상 저 파우치 안에 넣어서 가지고 다닌다. 언제까지 가는지 한 번 봐야지.


요즘에는 넥서스5가 끌린다. 젠장. 그거 진짜 비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