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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임무'를 읽었다

SavvyTuna 2017. 6. 10. 23:31

한 동안 영문으로 작성된 기술문서만 힘겹게 꾸역꾸역 보다보니 너무 단조롭고 감성없는 문장들만 읽는 것 같아서 오랜만에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한글로 된 sf소설을 질렀다. 선택한 책은 할 클레멘트의 '중력의 임무'. 예전에 서점에서 둘러보다가 표지가 이쁜 SF소설책이라길래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생각나서 구글 플레이에서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가격은 만원. 영문판은 8.9달러였나 했는데 둘 다 샀다. 1회차는 한글판으로 봤으니 2회차 부터는 영문판으로 돌려야지.

아이패드에서 '구글 플레이 북' 앱으로 열어본 책 표지

내용은 충분히 재밌었다. 처음엔 마션을 읽을 때 처럼 장기간동안 출퇴근길에서 볼 목적이었는데, 어제 그냥 끝까지 다 읽어버렸을 정도로. 내용을 구구절절 여기에 쓸 생각은 없으니 한 문장으로 짧게 요약하자면,

'위도에 따라 지구의 3배에서 700배까지의 중력을 가진 극한 행성에서, 인류가 놓친 분실물을 찾기 위해 토착 생명체의 힘을 빌려 되찾는 내용

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후기에서 '저런 극한의 조건에서 도대체 어떻게 생명체가 살 수 있다고 해놓은건지'에 대해 정말 짜증날 정도로 방대한 이유를 들어가며 하나씩 설명해준다. 이야기를 다 읽고 볼 수 있는 일종의 재미요소라고 해야하나..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토착 생명체 '발리넌'과 인간 '찰스'의 대화에 정치적인 요소가 없고, 상호 존중적이며, 서로간에 매우 예의바르게 행동했다는 점이다. 경험상 현실에서 이런 태도로 대화를 시도하면 높은 확률로 짜증나는 상황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정말 내가 현실에서 하고 싶은 태도로 대화를 지속한다는 점이 나는 정말 부러웠다.

둘 다 (번역서 기준으로) 존댓말을 사용하고, 서로의 자산과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면서, 진심으로 상대방을 믿으며 항해를 계속 해나간다. 어느쪽 하나 뺀질거리지 않고, 직면한 문제를 같이 머리를 맞대어가면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 토착 생명체는 인간의 분실물을 되찾아주기 위해 역사에 기록된것 보다 더 긴 항해를 시작한다. 인간은 대항해 시대 유럽 수준의 지적 수준, 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는 토착 생명체에게 군림하려 들지 않는다. 진심으로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도와줄 수 일이 없는지 고민한다.

그래, 물론 토착 생명체들도 완전히 인도적인 차원에서 도와주는건 아니고 '적당히 모험이 재밌음 + 향신료등의 전리품도 챙길 수 있음 + 인류의 서폿으로 원활한 항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항해를 시작했고, 인류도 700G의 중력에서 자기네들 분실물을 찾아줄 지적 생명체들이 걔네들 밖에 없고, 그 분실물이 정말 엄청 귀중한거니까 진심으로 자신들의 과학, 기술력을 동원해서 도와주려고 했겠지. 아예 실리적인 이유 없이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어지는 대화를 계속 읽다 보면, 나는 그들이 진심으로 남을 위하는 태도를 기반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게 부러웠다.

높은 중력에서 살다보니 물체를 던진다는 개념이 없다

그 외에도 SF팬들을 사로잡을 요소는 많다고 생각한다. 책 이름도 멋지고, 설정도 치밀하고, 내용도 재밌다. 겉 표지도 이쁘고. SF 소설 볼모지인 한국에 이런 책이 나오다니. 왠만하면 돈 주고 사서 보는걸 추천.

위키피디아에서 해당 항목을 보니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조만간 찾아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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